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도 부른다. “뜻을 세운다”는 의미로 30대라는 나이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뜻한다. 좀 더 풀면 ‘자기 주관과 가치관이 확립되어 인생의 중심을 잡는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길목에 들어선 나이이고, 그래서 서른이란 나이는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시인 최승자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이야기했고, 가수 김광석은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라고 노래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가 많은 사람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시절도 있었다.
위 작품들이 만들어지던 시기와 비교해 평균 수명이 훨씬 더 늘어났고 과거의 나이에 대한 인식을 현대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김광석의 말처럼 ‘니은(ㄴ)’자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하지 않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마냥 내 것인 듯 살다가” 그게 아닌 걸 알게 될 때의 나이가 주는 무게감은 변함이 없다.
소보와 성해빈도 언제부턴가 노래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 노래에 관해 생각한다는 건 곧 삶에 관해 생각한다는 것과 같다. 그 생각은 한 장의 앨범으로 이어졌다. 앨범 제목부터 [노래하겠습니다]다. ‘서른 중반의 산책’에서 둘은 “노래를 하자 기쁜 노래를”이라고 노래한다. 그리곤 “내일의 난 어차피 안 바뀔 테니 걱정 근심 모두 모두 버리고”라고 덧붙인다. 내일의 나도 노래할 것이고, 오늘의 나도 노래하고 있고, 그리고 어제의 나도 계속해서 노래해왔다. 계속 노래하는 사이에 하나의 물음이 떠올랐다. ‘우리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서른 중반의 산책’이란 제목에서 이들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받침에 ‘니은’자가 붙고,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는 나이의 한복판에서 이들은 그동안 불러온 노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소보와 성해빈. 그동안 둘은 각기 활동해왔지만 닮은 구석도 많다. 비슷한 시기에 노래하기 시작해 2015년 공식적으로 처음 자신의 노래를 세상에 공개했다.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활동을 해온 것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많이 닮아있다. 그런 공통점이 함께 [노래하겠습니다]를 만들게 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자전적인 이야기, 이것은 특히 포크 음악이 갖고 있는 미덕이다. 성해빈이 ‘나의 마음’을 노래할 때 소보는 ‘나의 동네’를 노래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터전에 대해 이들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두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건네왔다. 처음 ‘사랑은’을 들으며 둘의 목소리도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들으며 굳이 둘의 목소리를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오랜 노래들이 품고 있는 매력처럼 편하게 노래하고 화음을 맞췄다. ‘안온하다’는 형용사가 절로 떠오르는 노래들이다.
둘이 함께 작업했지만, 각자 녹음할 때보다 오히려 음악은 꾸밈이 덜하다. 둘의 목소리, 그리고 기타 하나로 앨범은 시작한다. 대부분의 노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앨범의 주제는 ‘노래’이고, 그 노래를 돋보이게 하려고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낸다. 사운드는 단출하지만 그 안에서 노래를 향한 고민과 사유는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다. 그 고졸함 속에서 어느샌가 인디 씬의 ‘선배’가 된 단편선과 하헌진의 이름이 눈에 띈다. 둘은 확고한 색깔을 갖고 있는 개성 있는 음악인이지만, 소보와 성해빈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래서 더 신선하게 이들을 ‘활용’한다. 둘의 개성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앨범의 주제에 적절하게 녹여냈다.
단편선이 가사와 내레이션을 맡은 ‘쓸쓸한 산책’은 자연스럽게 ‘서른 중반의 산책’으로 이어진다. 쓸쓸하고 걱정되고 회한이 반복되는, 때로는 부정적인 것들이 침범하는 삶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소보와 성해빈은 결국 계속 노래하겠다고 말한다. “걱정이란 놈은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신용대출 이자 같은 것”이기 때문이고, “여전히 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삶이 불안할 때 이들을 위로해준 건 노래였고, 이들이 세상을 향해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것 역시 노래이기 때문이다.
노래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본다. 그렇게 만드는 노래들이다. 노래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비록 삶에 비하면 음악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처럼 노래가 주는 위로와 안정이 있다. 안온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만큼 단단한 노래들이다. 슬프게 웃으면서 기쁨을 감추면서 부르는 노래들, 기쁘게 웃으면서 슬픔을 감추면서 부르는 노래들이 있다. 이들은 앨범의 마지막에 “우리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의 상념을 툭 던져 놓지만 우리는 안다. 이들이 계속해서 노래할 거라는 걸. 그래서 앨범 제목이 [노래하겠습니다]라는 것에 안도한다. 제목 앞에 이 부사가 빠져 있는 것 같다. ‘계속’ 노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