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걸작 한 점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그 봄밤의 꿈과도 같은, 어쩌면 공상과도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창작의 고통 속에 스스로를 욱여넣은 채 한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인고와 고뇌 끝에 기어코 한점의 걸작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행이다. 걸작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으로 날뛰어본다고 한들, 명멸하는 창작력이 걸작에는 끝내 이르지 못한 채 ‘잊혀진 예술가’라는 이름만이 남게 되곤 하니까.
그러나, 극소수의 예술가 부류는 그저 유희로서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와 같은 한국 록의 걸작을 만들어낸 흑석동의 삼 형제가 그러했다. ‘산울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이다.
제1회 MBC 대학가요제 참가를 위해 결성한 ‘무이(無異, 평소와 다름없음)’라는 밴드 이름에 내포된 것처럼, 이들 삼 형제에게 창작활동의 시작은 걸작을 향한 온 힘을 다한 절규 같은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형제간의 자유분방한 유희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동서양을 막론한 그 어떠한 록 음악의 성향과도 차별된 산울림만의 독창적인 작법이 됐다, 무려 13집에 이르는 동안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개구쟁이’, ‘가지 마오’, ‘독백’, ‘회상’, ‘너의 의미’, ‘안녕’,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를 비롯한 한국 록의 걸작들을 무수히 만들어냈다.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댈 위해 노래 부르리(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너의 의미)’, 시어와도 같은 가사들은 특히 ’한국 록‘이자 ’산울림 록‘의 전형성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장치가 됐다.
소위 ’걸작‘을 만들어낸 뮤지션들이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았듯, 산울림도 그러했다. 1977년, ’아니 벌써’를 발표한 산울림과 함께 청년기를 보낸 베이비붐 세대, ‘회상’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낸 X세대, 그리고 ‘개구쟁이’, ‘산 할아버지’를 동요로 듣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선 ‘산울림’을 모르는 인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오는 2027년, 결성 50주년을 맞는 산울림은 베이시스트 김창훈의 지휘로 산울림과 김창완, 김창훈의 작품 50곡을 후배 뮤지션들이 재해석해 트리뷰트 하는 〈산울림 5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두 번째 정규앨범인 [산울림 50주년 기념 정규앨범 Vol. 2]에는 타고난 송라이터이자 로커로 시대를 풍미한 김창훈의 작사, 작곡곡들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