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 곱슬머리가 먼저 안다고 했던가. 달력보다 먼저 계절을 알아채는 몸의 감각으로 시작된 노래들은 어느새 하나의 여름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앨범 속 여름은 마냥 찬란하지 않다. 장맛비 앞에서 반듯한 마음이 자꾸만 꼬여버리고,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바라보며 자신의 계절을 의심한다. 모두가 떠난 도시의 긴 낮이 외딴 방 속 외로운 영화처럼 흐를 때, 너무 늦어 전하지 못한 사랑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해는 뜨겁고 모든 것이 생장하는 계절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축축하다.
그런데 앨범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Don't panic!" 축축한 마음을 볕에 널어두고 이상한 춤을 추자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과분한 바다로 첨벙 뛰어든다. 아가미도 없는 몸으로, 영원히 잠겨도 좋다는 듯 두 팔을 벌려 유유히 헤엄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여섯 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모두가 반짝이는 계절이라고 말하는 여름을 자기만의 속도로 건너가는, 오래도록 곁에서 지켜본 친구의 이야기.
나는 멜로디가 좋아야 가사를 찾아보는 사람인데, 이 앨범은 여섯 곡을 전부 가사까지 읽게 만들었다. 그리고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오래 남았다. 읽다 보면 자꾸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이런 친구라서, 우리가 이런 마음을 공유해왔어서, 내가 그녀의 이런 모습을 오래 사랑해왔어서. 문득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끈적한 여름 공기 속 천변을 걷다가, 선풍기 앞에 멍하니 늘어진 오후에,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맞다가. 그런 여름의 순간들에 이 앨범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마음 깊숙한 곳이 소용돌이치는 걸 발견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