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처음 머리에 떠올렸을 때 두려움에 엉엉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무척이나 무섭고, 쓸쓸함으로 가득 찬 감각이었다. 훗날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어른이 되고, 다시 그 감각을 더듬어 보니 눈앞에서 모습을 감춘 뒤에도 어떤 존재는 이상하리만치 오래 우리 곁에 머무는 것만 같아 한없이 외롭지만은 않아졌다. 사뿐한 발자국 소리로, 한때의 미지근한 체온으로, 비가 내리는 날의 습한 냄새로, 문득 이름을 불러 보고 싶은 소박한 마음으로. 어쩌면 애도란 누군가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일이 아니라, 더는 만질 수 없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진 존재에게도 끊임없이 말을 건다. 주소도 없고 답장이 돌아올 리도 없지만, 그걸 알면서도 써 내려가는 그런, 애틋한 편지를 쓰듯이.
이름과 음악 사이에 작은 역설을 품은 음악가가 있다. ‘차분하고 평온하다’는 뜻의 담담(淡淡). 하지만 이름과 달리 담담이 노래해 온 마음들은 좀처럼 평온하긴 어려웠다. 떠나간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가족의 시간을 헤아리고 보듬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삶의 모순을 들여다보아야만 했다. 다만 그것을 크게 울부짖기보다 일상의 언어로 가만히 들려줌을 택하고, 본연의 이름 같은 담담한 태도를 취했다. 감정을 덜어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감정이 스스로 움직일 여백을 남기는 순수한 배려를 표하며 담담은 조용히 노래했다. 시간이 지나고 담담이 성장하듯 여백의 크기도 자라났다. 어쿠스틱한 싱어송라이터의 문법에서 출발해 전자음과 어쿠스틱 악기를 교차시키며 시간이란 추상적 감각을 공간으로 옮겨가는 등의 다양하고 낯선 시도들을 먹고 자란 담담의 음악. 그 후 탄생한 새로운 EP 《수취인불명》은 그 낯섦이 더욱 커져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스민다. 그 모호함 사이에 서 있는 담담은 경계에 발끝을 둔 채 아슬아슬 네 통의 편지를 쓴다. 다만 애쓴 그 편지는 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다.
첫 번째 편지 ‘꼬미’. 기묘한 분위기로 곡의 문이 열리고, 잠시 긴장감을 자아내다 이내 새침한 고양이의 걸음을 닮은 왈츠 위로 그가 직접 채집한 발자국과 고양이의 울음이 떠다닌다. 맑고 신비로운 담담의 목소리가 눈에 띄는 이 곡은 반듯하게 정돈되지 않은 화성과 겹겹의 소리로 꼬미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한때와 상실의 아릿한 순간을 뒤섞는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밖에’ 없지만, 다시 만질 수도 없는 존재는 오히려 소리 안에서 계속해서 율동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삶의 작은 것들이 커진다. 나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이란 질문으로 시작한 두 번째 편지 ‘절명’은 그럼에도 죽음 앞에서 뜻밖에 창문을 활짝 연다. 두근, 두근. 담담의 심장 박동 소리에서 출발한 음악은 경쾌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달려간다. 아침 햇살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떠나고, 고양이를 한 번 더 보는 삶. 끝은 삶을 어둡게 만드는 그림자인 동시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추는 빛이 된다는 걸, 죽음 앞에서 이상하게 피어나는 용기와 처음 맛보는 해방감을 표현한 이 곡에서 담담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그와 동시에 단단한 마음이 강하게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가길 바라는 다정하고 아련한 마음. ‘만수무강’은 앨범의 초반 분위기와는 반대편에 서서 어느 누군가를 애써 붙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오래 살라는 평범한 덕담은 여기서 간절하고도 모순적인 주문이 되었다. ‘나를 위해 살아달라’는 말이 사랑인지 욕심인지 되묻던 슬픈 가사는 결국 ‘나’와 ‘너’를 지나 ‘우리’를 살려달라는 데까지 달려간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절제되지 않은, 조금은 처절하기까지 한 담담의 목소리와 사운드는 그 마음에 해답을 주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붙잡는 순간의 복잡함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편지는 작은 유리병 하나에 담겨 바다에 떠오른다. 영원히 전할 수 없다는 걸, 작은 병 하나에 마음을 전부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담은 그것을 멀리멀리 흘려보낸다. 파도와 고래가 대신 편지를 전해주기를 바라며. 그러고는 “파도 소리에 얹어두고 먼저 나아가야겠소”라고 말한다. 떠나보낸다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품은 채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 작은 곳에 넣어두려 하곤 한다. 서랍 속 편지에, 오래된 사진에, 당신의 이름 하나에. 담담은 그것들을 작게 접어 소리에 넣는다. 발자국과 심장 박동, 빗소리와 파도를 주워 네 개의 작은 유리병을 만들고, 그 안에 차마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먼 곳으로 띄워 보낸다. 어디에 닿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그래도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 우리는 무형의 것에도 이름을 부르고, 죽음을 떠올리는 누군가를 향해 오래 살라 말하고, 전해지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안부를 적어 보낸다. 수취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편지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어딘가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담담이 써 내려간 네 개의 편지, 《수취인불명》은 그렇게 죽음에 관한 개인의 혼곤한 슬픔에서 출발해, 끝내 보내고야 마는 마음에 관한 간절하고 애틋한 작은 동화가 된다.
조혜림 (대중음악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
[Track Credit]
Composed by 담담 :DamDam
Lyrics by 담담 :DamDam
Arranged by 담담 :DamDam (2,3), 데일로그 Dailog (1,4), 김석주 Kim seokju (2,3)
Vocal by 담담 :DamDam
Drum by 진수용 Jin suyong (2,3)
Bass by 조윤상 Cho yunsang (2,3)
E.Guitar by 김두하 Kim duha (2,3)
A.Guitar by 담담 :DamDam (1)
Piano by 데일로그 Dailog (4)
Synth by 데일로그Dailog (1,4)
Ambient Sound Recording by 담담 :DamDam
Cat Vocal by 장지동 Jang zidong
Recorded by 임정업 Lim jeongup @JEMU
Mixed by 데일로그 Dailog
Mastered by 류경민 Ryu kyungmin @JFS Mastering
[Album Credits]
Produced by 담담 :DamDam
Artwork & Design by 담담 :DamDam
[M/V Credit]
Directed by 이운 Ewoon
Produced by 강동희 Kang Donghee
Director of Photography by 정찬호 jlos
Gaffer by 성진황 No.1ight
Editing & Color by 정찬호 jlos
Cast by 담담 :DamDam
Hair & Make-up by 진주희 Jin juhee
Styling by 진주희 Jin juhee
Costume Production by 이혜승 Lee hyeseung
[Concept Photo Credit]
Photography by 김민정 kim minjeong, 이카 Ica, 장우용 Jang woo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