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가치가 얼마나 무력하게 파괴되는가를 표현한 ‘타인의 피’ 비련의 여주인공 조디 포스터의 애절한 연기!!
시몬느 드 보봐르(Simone de Beauvoir) 원작 '타인의 피(Le Sang Des Autres)'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2차 대전 발발 전후의 파리를 무대로 격동의 역사 속에 얽혀드는 남녀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사랑의 집념에 모든 것을 걸고 목숨까지 바치는 주인공 여인의 역으로 미국에서 초빙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를 비롯하여 국제적인 캐스트들로 구성되어 있는 2시간 10분짜리 대작으로, 끌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 감독의 깔끔하고 절제된 연출솜씨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원래 샤브롤 감독은 누벨 바그의 작가이면서도 헐리우드적인 제작기법을 잘 접목시키고 있는데, 그러한 그의 역량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신념만으로 '타인의 피'까지도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던졌던 원작에 비해서 영화는 아기자기한 구성과 인물들의 인간관계에 중점을 둔 멜로드라마 형태로 꾸며진 것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영화화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시키면서 국제적인 프로덕션이 가질 수 있는 약점인 산만해짐를 잘 극복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살리고 있다. 프랑스적인 문예영화의 전형적인 예로 꼽을만한 작품.
▶ 줄거리
프랑스와 영국이 독일에게 굴복하자 몇몇 뜻있는 젊은이들이 지하조직을 결성, 파시스트에 대항하던 혼란과 두려움의 시기에 불운한 사랑의 꽃을 피우는 헬렌과 장. 의상실에서 일하는 헬렌은 풍족한 삶이 보장된 미래를 내던지고 스스로 공장 직공의 길로 들어선 장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갈구한다. 독일의 침략으로 전쟁이 발발, 장이 자원하여 전쟁터로 나가자 참기 어려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헬렌. 그녀는 장을 전방에서 빼오기 위해 애쓰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못마땅해 한다.
그의 무사함을 빌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새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그녀에게 깊이 빠진 독일장교 버그만. 헬렌의 부탁으로 장의 일을 돌봐주었던 버그만은 그 일이 자신의 인사 기록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되자 괴로워한다. 그 무렵 독일에서 급파된 장군을 암살하려는 계획이 레지스탕스 내부에서 은밀히 진행 중임을 알게 된 헬렌은 장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위험한 그 임무를 떠맡는다. 그 임무란 암살에 사용될 총을 몰래 장군이 묵고 있는 호텔로 반입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