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슴>은 끌로드 샤브롤 영화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미학적인 작품 중 하나로써 전통적인 삼각 관계와 미묘한 스릴러가 혼합되어있고, 초기작인 <사촌들 Les Cousins>과 많은 중요한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다. 아름다운 촬영과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특히 스테판 오드랑의 관능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유혹적이지만, 근본적으로 혼란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다.
누벨바그 5인방의 한 명인 끌로드 샤브롤은 히치콕에 대한 애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필모그라피를 관통하는 관심사는 바로 여성이다. 샤브롤의 여성들은 항상 위태로운 위기와 갈등의 순간에서 동요한다.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으로 파국에 치닫는 그녀들의 복잡한 감정은 샤브롤 특유의 부르조아적 공간과 계급의 구조 안에서 정교하게 배치된다.
<암캐들>은 이러한 샤브롤의 관심사와 스타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남 프랑스의 부유한 여성인 프레데리끄(스테파니 오드랑)은 거리의 부랑아 와이(쟈끌린느 사사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자매애와 우정, 그리고 성적 욕망이 얽혀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건축가 폴(장 루이 트랭티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폴은 와이에게 끌리지만, 이에 질투를 느낀 프레데리끄는 폴을 유혹하고, 결국 폴과 프레데리끄는 사랑에 빠진다.
질투와 욕망, 배신감과 애증 등 오만감정이 흐르는 세 사람의 관계는 결국 와이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파국을 맞이한다. 샤브롤은 히치코키안 스릴러나 미스테리에의 천착으로도 유명하지만, <암캐들>의 스릴러적 분위기는 사건이나 단서를 통해 전개되는 내러티브 역학이라기보다는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에 가깝다.
프레데리끄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긴 후, 와이는 마치 무언가를 저지를 것 같은 폭발 직전의 고요를 담고 있다. 화면과 음악의 기묘한 불균형,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 등 샤브롤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세 남녀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실타래와 그 은밀함을 소름끼치도록 스물스물한 분위기로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샤브롤의 아내이자 그의 전 필모그라피 에서 독특한 페르소나로 무장했던 동반자 스테파니 오드랑의 거만한 매혹과, 조셉 로지의 <사고 Accident, The>에서 강력한 팜므파탈적 매력을 발산했던 쟈끌린느 사사르의 요염하면서도 연약한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여성 사이에 흐르는 복잡한 감정과 긴장의 구조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현현한다.
▶ 줄거리
유복한 상속녀 인 프레데릭은 와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리의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 프레데릭은 그녀를 남부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하고 저녁 파티에서 와이는 젊은 건축가 폴을 만나 그에게 빠진다. 질투에 빠진 프레데릭은 폴을 유혹하지만, 그는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이다. 와이는 둘 모두에게 집착하지만 상처를 받고 그럼에도 그들을 떠날 수는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