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로리스 톄크나보리안이 지휘하는 조곡의 명지휘자 하차투리안에 대한 헌신과 경의가 넘치는 연주!!
하차투리안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표현한 기념비적인 음반!!
하차투리안 에디션은 예전에 ASV라는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던 하차투리안 레코딩들을 모두 모은 9장의 CD 박스 세트로, 2005년에 잠시 세트로 발매되었다가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도 하차투리안의 음악세계를 이만큼 폭넓게 개괄할 수 있는 세트는 달리 없다. 세 개의 교향곡을 비롯해 협주곡(피아노 협주곡), 발레곡(가야네 및 스파르타쿠스)등 대표작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음악, 하차투리안의 작품세계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관현악곡 및 성악곡까지 골고루 망라하고 있는 이 세트는 하차투리안의 음악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며, 아르메니아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로리스 톄크나보리안이 지휘하는 아르메니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조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곡가에 대한 헌신과 경의가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하차투리안의 작품은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발레 등에서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그리고 장르를 막론하고 아르메니아를 중심으로 코카서스지역 각지의 민속음악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하차투리안은 이를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르메니아 민속음악 전통을‘ 나의 두 번째 음악원’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의 출세작이 된 ‘교향곡 1번’은 3악장으로 된 40분 남짓의 곡인데, 여기서 이미 ‘춤 모음곡’ 등 당시 쓴 다른 여러 작품과 마찬가지로 아르메니아 민속 음악의 영향을 광범위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아르메니아 공화국 건국15주년을 기념한다는 작곡 의도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레프 오보린에게 헌정한‘ 피아노협주곡’은 대담한 화성과 복잡한 리듬, 풍부한 표현력, 지극히 화려한 관현악법을 보여주며 기교적인 면에서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 곡은 1940년에 쓴 ‘바이올린 협주곡’(하차투리안은 이 곡을 씀으로써 당시 예술가가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상인 스탈린 상을 수상했다)및 1946년의 ‘첼로 협주곡’과 엮여 일종의 삼부작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피아노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초연을 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였다), 머잖아 소련 밖에서도 연주되면서 작곡가의 명성을 높였다.
1943년 작인 ‘교향곡 2번’은 ‘종’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실제 종을 편성에 포함하고 있다. 길이는 ‘1번’과 비슷하지만 4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민속적인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고 더 ‘공식적’인 성격이 강하다. 3악장에서 중세 가톨릭 성가 ‘진노의 날’을 비틀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작곡가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3번’은 10월 혁명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었다. 의도에 어울리게 오르간과 15개의 트럼펫을 사용하는 등 장대한 편성을 요구하며, 악상의 성격 면에서는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나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과 비슷하다. 리듬적인 면에서는 ‘가야네’를 연상케 되기도 하는데, 철저하게 장대하고 축전적인 성격을 띤 이 곡이 작곡가에게 정치적인 시련을 안겨주었다는 점은 언뜻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차투리안은 훗날 이렇게 주장했다.“ 나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중이 감춰진 프로그램을 느낄 수 있을 부류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 이 작품으로 소비에트 인민이 강대국 속에서 살아간다는 기쁨과 자긍심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의도에 대한 반응이 바로 ‘즈다노프 비판’이었던 것이다. 하차투리안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발레곡 ‘가야네’는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차 대전 중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겪었던 생활, 감정, 항쟁 등을 그려내고 있다. 초판은 1942년에 완성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10년 뒤에 나온 개정판이 사용된다. 젊은 여인인 가야네와 그의 정부인 아르멘은 가야네의 남편 구이코와 대립하고 있다. 구이코가 ‘미지’(未知)로 상징되는 적과 긴밀하고 내통하고 있는 배반자임이 밝혀지고, 가야네는 구이코를 타도한다. 이 곡은 애국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아르메니아 민속 선율을 풍부하게 차용하고 있다. 유명한 ‘칼춤’은 4막에 등장하는 음악인데, 그 역동적인 악상은 발표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오늘날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편곡되어 연주된다. ‘스파르타쿠스’ 역시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로마 시대 검투사였다가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마르크스 등 초기 공산주의 사상가들에게서 ‘역사상 가장 정당한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소련 예술가들이 즐겨 다루던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하차투리안은 고대 로마의 폭력적이고 소란스러운 정경들(병사들의 행진, 검투사들의 싸움, 사투르누스 축제 등)을 재현함으로써 ‘모든 압제에 대한 현대의 싸움, 제국주의적 침략으로부터 학대받은 민족의 전투’를 표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