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 스테이트 코너(Tri State Corner, 이하 TSC)는 그리스의 전통악기 부주키(Bouzouki)를 이용한 소위 ‘부주키 록’을 연주하는 밴드다.
음악적으로는 얼터너티브록을 추구하고 있지만, 기본 편성의 악기 외에 추가된 부주키 연주가 독특하다. 부주키는 1930년대 이후부터 그리스를 대표하는 음악인 렘베티카(Rembetika)에 주로 사용된 악기다.
렘베티카의 사전적 의미가 ‘밑바닥 인생’ 혹은 ‘무법자’라는 걸 떠올릴 수 있다면, TSC가 자신의 록 음악 전면에 부주키라는 악기를 내세운 건 무척 영민한 발상이라고 하겠다.
TSC는 15년 전 결성되어 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단 한차례의 멤버교체도 없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22개국에서 450회가 넘는 공연활동을 펼쳤다.
TSC라는 밴드명에서 접두어 ‘트라이(Tri)’가 의미하는 건 ‘3’이다. 3이라는 숫자는 우선 밴드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국적과 관계가 있다.
현재 저먼메탈 밴드 레이지(Rage)에서 드러머로도 활동하고 있는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바실로스 마니아토풀로스(Vassilios "Lucky" Maniatopoulos)를 비롯한 세 명의 멤버는 그리스 출신이며, 나머지 두 명의 멤버는 각각 폴란드와 독일 출신이다.
또 이렇게 3국의 멤버가 모인 TSC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은 세 가지 요소가 융합된 음악이다. 그 세 가지 요소는 각각 ‘감성’, ‘공격성’ 그리고 ‘전통’이다. 음악의 뿌리가 되는 하드록은 ‘공격성’을 대변할 것이고, 부주키라는 전통악기의 사용은 ‘감성’과 ‘전통’이라는 측면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발매된 TSC의 네 번째 정규앨범 [Hero]는 2011년에 발매된 두 번째 음반 [Historia]와 3집 [Home](2014)에 이어지는 장대한 3부작의 완결편이다. 의도한 것인지 세 앨범 모두 알파벳 ‘H’로 시작한다.
전작들에서 과거에 외국으로 건너간 이주민이 역경을 극복하고 행운을 찾던 이야기는 이번 음반으로 이어지며 미래와의 다리를 놓는다. 어쩌면 이러한 콘셉트는 다국적 밴드가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피부로 직접 체험한 모든 이야기들이 그 뿌리가 되었을 법하다.
전작들에 비한다면 이번 음반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가사 이외에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멜로디는 부담이 없으며, 하드록의 단단한 기본 위에서 까랑까랑한 부주키 소리는 여전히 TSC만의 독창적인 사운드 영역을 구성한다.
굵은 선의 기타 리프가 그리는 그루브로 저돌적인 오프닝을 장식하는 ‘Fortune In Lies’는 급진적인 하드록 성향의 TSC를 대변하며, 상큼한 부주키 연주와 팝퓰러한 보컬 멜로디를 가진 ‘Tomorrowland’, 서정성 가득한 타이틀 트랙 ‘Hero’와 같은 곡은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Follow Me Blindly’, ‘Voices’의 이국적인 멜로디에서는 전통음악의 요소가 머리를 내민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요소들은 각각의 개별적인 소재가 아니라 균형을 의미하는 ‘3’이라는 숫자와 같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황금비를 유지한다.
단순히 하드록 사운드에 부주키라는 민속 악기를 얹었다거나 전통적인 그리스 멜로디가 우리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는 설명하기 힘든 복합적인 균형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악기의 조합은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였던 냥 스스럼없이 하나가 된다.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독창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부주키 록’ 밴드 TSC는 오는 8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을 통해 공연을 펼칠 계획으로 있다. 한 록 밴드의 공연을 통해 과거와 현재, 감성과 공격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