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모던의 꽃으로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으며 화려하게 피었다가 왜곡된 시선과 무관심으로 소리없이 사라져간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기생 : 꽃의 고백>!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고, 어딘가 결기와 한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모습은 외면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신비로움을 뿜어내며 우리가 몰랐던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의 재발견을 예고한다.
"그들은 와인을 마시고, 커피와 담배를 즐겼다, 무용, 레뷰를 비롯해서 모든 춤과 연기는 그녀들의 몫이었다.." 는 증언들이 영화 속에서 쏟아진다. 192-30년대 경성의 문화, 권번을 중심으로 한 군산의 문화는 기생들로 인해 화려했다. 그들은 외면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연기, 무용, 악기 연주, 예술에 대한 식견까지 갖춘 문화엘리트이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신문물을 받아들인 선구자들이었다. "최승희 같은 무용가가 춤을 배우러 군산까지 내려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들의 기예는 출중했다. 전통 무용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전통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
그럼에도 그들은 영화 속에서도 얼굴을 가리고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나길 원치 않았다. 자식들이 좋아하지 않고, 주변의 손가락질과 낯선 시선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이미지가 왜곡되어 '퇴폐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현실과 다른 접대 여성의 이미지가 그들을 음지로 숨게 만들었다. 곧 지역 문화재 확정을 앞두고 있는 명인이지만 정작 본인은 기생이라는 전직을 숨기며 살아가는 장금도 명인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추며 살아야만 할까? 감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문화사에서 대중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을 복권시키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웠던 그녀들의 모습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전통 문화의 한 자락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녀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땅의 구석구석, 그리고 일본까지 오가는 긴 여정을 거치며 대중예술인으로서 존재했던 기생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열망을 담아냈다. 감독은 권번 출신 기생들의 현재 삶을 추적하는 지역 언론사 기자, 기생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일본을 찾아가는 학자, 전직 기생으로부터 전통 무용을 전수받고 있는 예술인 등 이 사회 곳곳에서 한국 기생문화 유산의 흔적을 찾아가고 있는 문화추적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기생 : 꽃의 고백>은 이렇듯 지금껏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을 바로 알리고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새로운 명품다큐멘터리의 탄생을 예고한다.
"기생이었다는 것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
숨겨진 그녀들의 삶을 따라가는 파란만장한 여정
'기생'이라는 낙인은 그들이 평생 동안 감추고 살아가야 했던 '서글픈 꼬리표'기도 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활동했던 시간보다 더 긴 세월 동안 닫아왔던 입을 열었다. 숨겨왔던 기생으로서의 삶을 풀어놓았다. 기생이었던 여인, 기생을 지켜봤던 목격자들, 역사 속에서 기생의 흔적을 찾아가는 연구자 등 말을 알아듣는 꽃, 해어화(解語花)로 불리던 기생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이들이 쏟아내는 진짜 기생 이야기. 여인이자 예인(藝人)이었던 그들이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두었던 예인으로서의 삶을, 그들의 비밀스런 역사를 토해낸다.
기생학교라 불리던 '권번(券番)'에서 전통예술교육을 받은 진짜 기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소문을 해 찾아간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그들의 입은 굳게 닫혔다. 기생으로서의 삶 자체는 전혀 부끄럽지 않으나 자식에게, 주변인들에게 '누'가 될까봐 절대 나설 수 없다며 한사코 출연을 거절했다. 동시에 기생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비뚤어져 있다'며 한탄했다. 한사코 거절하는 그들의 손을 잡아 카메라 앞에 앉히기 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번쩍이는 기생배지를 당당하게 가슴에 달고 요정에 나가 한바탕 공연을 선보이던 동래권번 출신 기생들의 이야기. 화면 속에서는 비록 가면을 써야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 예술가로서의 궤적은 날것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거의 사라져간 역사 자료들을 찾아가며 대중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을 새롭게 알리고, 오래도록 그들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던 제작진의 간절한 열망을 담은 끈질긴 추적과 설득의 과정들은 역사 속에 감춰져야 했던 그녀들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깊은 여운과 울림을 전한다.
군산권번의 마지막 예기(藝妓), 명인 장금도의 발견
군산권번에서 춤과 창, 시조, 악기연주를 배웠던 소녀. 동시에 당대 최고의 춤꾼들에게 전통춤을 사사한 소녀는 탁월한 춤사위로 입소문이 나 군산지역 유수의 요정, 큰 잔칫집에 불려가 춤추곤 했다. 군산권번의 마지막 예기(藝妓), 장금도. "춤사위가 그렇게 예쁘다"고 칭송받던 그 소녀는 이제 아흔을 맞이한 할머니가 됐다. 군산의 한 요양원에서 아름다웠던 예기로서의 삶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한때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무대에 올라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소멸위기에 몰렸던 우리의 전통 춤을 선보이기도 하고 유수의 춤꾼들에게 전통 민살풀이의 원형을 전수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옛이야기. 군산 소화 권번의 마지막 예기, 장금도의 오늘 그리고 그 마지막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 줄거리
"그들은 와인을 마시고, 커피와 담배를 즐겼다.
무용, 레뷰를 비롯해서 모든 춤과 연기는 그녀들의 몫이었다.."
20세기 초 모던의 꽃으로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으며 화려하게 피었다가 소리없이 사라져간 여성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은 해어화(解語花), 기생이라 불리운다. 그들은 외면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연기, 무용, 악기 연주, 예술에 대한 식견까지 갖춘 문화엘리트이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신문물을 받아들인 선구자들이었다. '최승희 같은 무용가가 춤을 배우러 군산까지 내려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들의 기예는 출중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감춰져야만 했다. 왜곡된 시선으로 음지로 숨어들게 되었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세상은 그들을 잊었다.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어도 기생이라는 과거는 숨기고 싶은 꼬리표일 뿐이다. 왜 세상은 그들을 숨게 만들었을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