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같은 풍경을 본 사람들의 눈빛은 닮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로 닮아가는 것처럼.. 오랫동안 같은 시간에 주파수를 맞추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인 사람들도 서로 닮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귀 기울인다는 건 그곳으로 마음이 향한다는 것. 그 마음을, 그 존재를, 그 음악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것.
매일 저녁 6시,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마음에 들이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이며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어 온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 말이 있습니다. 길에서 들어도 울컥하고, 밥을 차리다 들어도 목이 메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어느 날에 들어도 위로가 되던 말.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주는 말. 사랑의 인사, 이해의 인사, 격려의 인사, 당신도 그랬군요, 나도 그랬어요, 하는 공감의 인사. 우리가 나눈 그 오래된 인사를 동봉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0년 새해를 맞으면서 왠지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기 최면에 가까운 기대감이 놀라움과 탄식을 넘어 공포감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오가던 국경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굳게 닫혀 버렸고, 사람들로 붐비던 대도시의 활기는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 속 장면들처럼,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세상, 2020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류가 겪어온 수많은 고통의 역사 속에서, 음악은 언제나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스스로 희망의 빛이 되기도 했죠. ‘세상의 모든 음악’의 열한 번째 앨범에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그 위대한 능력, ‘치유와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열 개의 앨범들에서 음악 장르의 경계를 조금 더 열어, 클래식과 성가곡, 전통 음악, 뉴에이지, 재즈에 이르기까지 영혼을 어루만져 줄 열여섯 곡을 담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음반을 만드는 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무실이 폐쇄되었거나 주거지가 바뀌어 원곡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끝내 수록되지 못한 몇몇 곡들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평범했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애청자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이 음반이 ‘치유와 희망의 타임머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2020년의 날들을 되돌아보며, 이 시기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성찰의 시기였다고 추억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진은 매일 저녁,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안부를 묻고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으로 꽉 찬 충만함을 얻었노라’고 말해주는 당신, 시그널이 흐르면 ‘오늘도 잘 살았노라’고 응답하는 당신으로부터 언제나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저녁마다 곁을 내어주는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