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에 실린 트리스탄적 작품들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과도기에 해당하던 19세기 중반에서 출발해 빈 모더니즘의 전성기를 거쳐 거의 오늘날에 근접한 전후 시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대를 망라하고 있다.
바그너와 말러, 헨체 세 사람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연결고리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극심한 갈망과 불행한 경험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내팽개치는 대신 그 갈망과 경험들을 걸작이 탄생하는 비옥한 토양으로 승화시킨 불굴의 투지에 있다. 세 작곡가 모두 지극히 독창적인 음악적 재료를 사용해 각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이고르 레비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인간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일련의 경계선적인 경험들을 탐구해 왔다. 2018년에 발표한 <Life> 앨범은 죽음의 주제를 다루었고, <Encounter(2020)>에서 초월의 가능성에 대해 고찰한 그는 이번에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갈망에 주목한다. 이로 보건대 그의 관심은 그저 피아노를 위해 만들어진 걸작들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의 모든 요소가 음악 자체를 뛰어넘어 거기에 담긴 사상까지도 선명하게 표현해내는,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례들을 발견하고자 애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