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기쁨’이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음악의 순간’이다. ‘산만한시선’의 음악을 ‘발견’했을 때의 감흥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때 나의 기쁨이 잠깐의 감정이 아니란 사실에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산만한 시선의 음악이 특별하고, 이 음악을 오래도록 곁에 둘 거란 확신이 나에겐 있다.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를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이 확신은 생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난이, 자신들의 아픔이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예쁠 거라고 노래했다. 이런 상상은 얼마나 예쁘고 특별한가.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는 산만한시선의 음악을 잘 설명해주는 노래다. 이들의 노래에는 모두 이런 특별한 상상과 가난한 충만이 있다.
산만한시선의 시작에는 다큐멘터리 작업이 있었다. 산(山)만하고, 산만(散漫)한 중의적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은 이들의 시선은 줄곧 가난하고 애틋한 것에 가 닿았다. 다큐멘터리 영상의 음악부터 만들자는 생각으로 문장을 고르고 선율을 만들었다. 자신들의 일상에서 얻은 경험은 곧 노래가 됐다. 산만하고 가난한 생각을 소심하되 솔직하게 만들었다.
산만하고 가난한 생각은 곧 관찰이기도 하다. 이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쓰고 오래 들여다봤다. 그렇게 나온 문장은 사려 깊고 특별했다. 무엇 하나 어려운 낱말과 표현은 없었지만, 그 흔한 낱말들로 높고 쓸쓸한 노래의 풍경을 연출했다. 음과 음 사이, 낱말과 낱말 사이의 여백은 산만한 시선만의 것이었다.
서림과 송재원 두 멤버는 ‘따로 또 같이’ 노래한다. 혼자 노래하기도 하고, 서로 목소리를 보태기도 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곡의 여린 정서와 닮아 있다. 다소 서툴고 성기게도 들리지만 소박함과 풋풋함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이 목소리는 오히려 단순히 서정적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공존하는 산만한 시선의 음악을 더 깊게 만든다.
다섯 곡의 노래 모두 일관된 흐름 속에서 큰 고저 없이 흐른다. 긴 호흡으로 느릿하게 선율을 입힌 언어를 꺼낸다. 그 선율과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노래의 풍경이 그려진다. 그 풍경은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 연출하지만 때로 플루트나 오보에로 환기하고, 마지막 곡 ‘성두빌라’에서 기존과는 다른 큰 스케일로 여운을 남기는 구성은 인상적이다.
반복해 음악을 듣는다. 발견의 기쁨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감흥의 크기는 더 커졌다. 이들의 노래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살피며 나의 감정 역시 더 넓고 높아졌다. 그 마음들이, 그 감정들이 노래가 돼 기쁘다. 내가 이 노래들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