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는 기악 독주곡의 한 형태로, 남도소리인 시나위와 판소리의 가락에서 발전된 전통음악이다. 산조는 가야금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그 창시자는 김창조로 알려져 있다.
금암 김병호(錦巖 金炳昊, 1910-1968)는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섯 살 무렵부터 김창조의 문하에서 가야금산조를 배웠으며, 산조뿐만 아니라 판소리, 아쟁, 가야금병창에도 능통했다. 1937년에는 조선창극단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임방울창극단, 여성국극동지회 등에서 활약했으며, 부산 동래권번, 인천여고, 국립국악원 부설 국
악사양성소 등에서 후진을 양성하며 국악 발전에 기여했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는 김병호 명인이 스승인 김창조의 가락을 전승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가락을 더해 완성한 작품이다. 이 산조의 장단 구
성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엇모리-자진모리-휘모리-단모리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진양조에서 2분박 리듬과 중모리에서 3분박 리듬을 활용하는 점이 돋보이며, 중중모리와 자진모리 사이에 엇모리를 연주하는것이 특징적이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는 우조, 평조, 계면조, 경드름, 강산제 등 다양한 조로 구성되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산조의 또 다른 특징은 3도이상 넓은 음폭의 농현과 여음을 통해 복합적인 미분음을 표현하는 섬세한 시김새에 있다.
대부분의 산조가 약 1시간 정도 연주되는 데 비해, 김병호류 산조는 약35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산조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담아내어 그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라이너노트>
제가 처음 가야금을 만난 것은 30년 전, 8살 때였습니다. 그 당시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가야금의 소리는 제게 크나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작은 호기심과 재미가 계기가 되어, 국립국악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처음 접한 것은 가야금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18살 때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앞에서 처음 김병호류를 연주하셨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손놀림 하나하나가 너무도 신기하고 놀라워, “어떻게 손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며 감탄했던 그날의 감정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동시에 그 어려움에 막막함을 느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 이후로 20년 가까이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며 끊임없이 탐구해왔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손과 몸을 사용하는 법, 줄을 다루는 법, 소리를 만들어내는 법,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그 과정이 제게 끝없는 연습과 도전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산조를 녹음한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금의 산조는 제가 걸어온 시간과 노력의 결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 산조는 앞으로 발전할 저의 산조를 위한 뿌리가 될 것입니다. 이 음반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깊고 풍성한 성음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고자 합니다.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처음으로 제게 가르쳐 주신 이정현 선생님,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가르침과 영감을 주고 계신 이지영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저의 음악에 장단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주신 고정훈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오디오가이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redit]
가야금 I 이지언 Lee Ji-eun
Recording Producer & Engineer I 최정훈 Jung-Hoon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