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문학의 그것과도 같은 노랫말, 포스트 펑크와 드림팝까지 아우르는 넓은 사운드 스펙트럼은 밴드 로우하이로우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감각기관의 모든 작용이 조금씩 뒤틀어져 도무지 명징한 상이 떠오르지 않음에도, 모든 것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흡사 ‘찰나생 찰나멸’하는 우리의 삶을 은유하는 것 처럼.
확실히 로우하이로우는 ‘새로운 시대의 표상’에 부합하는 밴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표상하는 소리와 언어를 감지한 ‘풍향계’가 저 20세기의 로큰롤 원류로 향하는 까닭이다. 다만,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매우 훌륭하게 재조합, 재배치되기에 온전히 새로운 것으로 존재한다. 재래식 부품으로 완성된 강력한 신무기.
‘쿨’하고 ‘칠’한 시대정서를 박살내버리는 그 누군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들이 ‘어둠의 세력’의 총아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