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은 사람들이 모여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노래하는 예술이며 시인과 작곡가에서 지휘자와 합창단원 그리고 관객으로 이어지는 모든 참여자가 가사와 음악을 통해 대화하고 공감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가사는 합창음악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말 가사로 쓰여져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한국 합창곡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맞아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우리말 합창곡은 가곡 풍의 합창곡과 민요를 채보한 합창곡과 외국 곡을 번안한 합창곡 등이 전부였고 부를만한 곡의 숫자 또한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윤학원, 나영수 지휘자 등을 비롯한 선배지휘자들이 우리 합창단이 부를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좋은 합창곡이 부족한 실정을 개선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 그분들의 노력이 세대를 거쳐 진화해 오면서 결실을 보았고 오늘날 한국 합창곡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실로 놀랍게 성장하였다. 오늘날 우리 합창곡은 음악적인 기본기가 단단하고 잘 훈련되고 좋은 음악성과 다양한 언어 감각을 가진 젊은 작곡가들에 의하여 한층 더 세련된 선율과 화성, 촘촘한 작품 구조 등으로 음악적인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또 그 스타일도 매우 다양해졌다.
인천시립합창단은 늘 한국적인 합창곡을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해왔고 국내 최초로 전임/상임 작곡가 제도를 두고 우효원과 조혜영이라는 걸출한 합창작곡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수많은 합창곡들을 탄생시켜왔다. 또 한국 창작곡 연주회 등을 기획하고 많은 작곡가들과 협업을 해오면서 창작 합창곡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잘 구성된 가곡과 가요와 민요 편곡 등을 위촉하여 한국 합창 레퍼토리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번 인천시립합창단의 한국 합창곡 CD “연가(戀歌)”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작곡가가 쓴 합창곡들의 연주 실황 녹음 중에서 모은 곡들로 한국 합창곡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비에게><나 하나 꽃피어><그리움> 등은 우리말 시를 아름다운 선율, 표현적인 화성과 피아노 반주로 구성하여 시어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형상화한 서정적인 합창곡들이고, <금잔디>는 국악기인 대금 피리와 대표적인 서양 악기인 피아노 소리의 이질감을 융화하고 정가 풍의 선율을 합창 소리에 더한 새로운 소리 구성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구현한 곡이며,<태평가> <늴리리야> <옹헤야> 등은 우리 전통 노래를 재기 넘치고 진부하지 않게 재탄생시킨 개성 있는 민요 편곡들이며 <고향의 봄> 등은 가곡에 화려한 소리 옷을 입혀 풍성하게 재탄생시킨 합창곡이다.
이 곡들은 모두 한국적인 정서와 소재를 서양 음악의 언어 체계 안으로 접목한 훌륭한 합창곡들로 세계의 합창단이 애창하게 될 우리 합창곡의 탄생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믿는다.
Recorded, mixed and Mastered at Audioguy Studio,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