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음악’을 뜻하는 다스 알테 베르크(Das Alte Werk)는 텔덱이 자랑하는 자체 고음악 레이블이다. 1958년에 만들어진 다스 알테 베르크는 전설적인 프로듀서인 볼프 에릭슨(Wolf Erichson)의 주도아래 30여년 동안 고음악 및 역사주의 운동의 산실 역할을 했으며, 1980년대 중반까지 도이치 그라모폰의 아르히프 프로덕션(Archiv Produktion)과 함께 고음악을 상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박스 선집에 실린 다스 알테 베르크의 음반들을 살펴보면 실로 고음악 및 역사주의 운동의 시작에서부터 가파른 성장, 그리고 이윽고 주류 음악시장으로 완전히 편입되는 시기까지의 모든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다스 알테 베르크가 출범할 때 에릭슨이 계약을 맺은 연주자는 다섯 명이었는데, 이들은 바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첼로/비올라 다 감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하프시코드/오르간), 프란스 브뤼헨(리코더/플루트), 안너 빌스마(첼로), 야프 슈뢰더(바이올린)이었다. 이 다섯 명이 반 세기 동안 고음악 분야에서 쌓아 올린 업적과 후배들에게 준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에디션에 수록된 이들 명인들의 연주 중에서는 옛 하프시코드의 둔탁한 음향을 몰아내고 역사적 악기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레온하르트의 전설적인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지금까지도 수많은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이 결정반으로 꼽고 있는 바흐 하프시코드 협주곡, 바흐 교회음악 연주에 새로운 장을 연 아르농쿠르와 콘센투스 무지쿠스의 바흐 B단조 미사와 마태 수난곡, 바흐 이전 독일 바로크 음악 연주사에서 분수령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버의 ‘바탈리아와 소나타’집, 그리고 오랫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레온하르트의 쉬츠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다스 알테 베르크는 70년대와 80년대에도 쉬지 않고 새로운 연주자를 배출했다. 포르테피아노와 하프시코드에서 피아노 못지 않은 비르투오지티를 선보이며 혜성같이 등장한 안드레아스 슈타이어의 협주곡집과 클레멘티 소나타, 이탈리아 특유의 들끓는 정열을 들려주며 지금까지 맹활약하고 있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의 비발디와 바흐,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며 트렌드를 선도한 콘체르토 쾰른의 관현악곡집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명연이다. 이 밖에 요즘 연주자들이 듣기 힘든 깊고 신비로운 음성으로 르네상스 합창 음악을 불러주었던 프로 칸티오네 안티쿠아와 바로크 가창법의 선구자로 꼽히는 막스 판 에그몬트 등의 연주도 숨은 보석이라고 할 만하다.